조직의 일원으로서 공적인 책임을 걸머지고 살아왔던 공인의 자리에서 이제 자유로운 개인으로 남은 얼마동안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는 사실이 감격스럽기만 합니다. 이만큼 살아보고 이제 잊혀지는 자리에 들어서면서, 기억나는 것들 몇 가지를 은퇴하는 자에게만 특권으로 부여되는 이 기회를 활용하여 여러분과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마지막 호>
뉴-노멀 시대는 우리가 익숙했던 모든 것을 뒤집어 새로운 판을 짜고 있다. 미래는 예측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계획은 세울 수 없거나 세웠을지라도 갑자기 취소나 변경되는 것이 정상으로 받아들여지는 임시 계획일 뿐이다. 뉴-노멀 시대가 판을 새로 짜는 시대라면, 그 판은 무엇이며, 어떻게 새롭게 짜일 것이며, 새로운 판에 부응하고 적응하여 주도하는 방안들은 무엇인가를 터득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한국교회는 설교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고통과 절망의 시대에
하나님이 주시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하나님의 말씀으로
달려 나가야 합니다.

뉴-노멀 시대가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내놓는 핵심적인 요구를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본질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본질로 돌아간다는 것은 하나님께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구체적인 실천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는 이제 말씀의 시대 곧 설교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둘째는 하나님께서 역사의 방향을 바꾸고 판을 새로 짜시겠다는 시대적 징조를 알아차리고 하나님이 짜시는 새로운 판에 맞게 모든 면에서 혁신을 이루라느 요구이다. 과거 회복이 아니라 새로운 현실에 대한 대비와 적응이 필연적인 시대가 열리고 있다. “어게인(Again)”이 아니라, “리셋(Reset)”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뉴-노멀 시대가 열리고 있고 이러한 현상의 시대적 징조가 하나님께서 역사 진행의 방향을 바꾸어 사회와 교회의 새로운 판을 짜시려는 것이라 분별하였다면, 이제 그 분별에 맞는 처신을 해야 한다. 신자요, 신학자요, 그리고 목회자로서 해야 할 일은 그 새로운 판에 부응하는 변혁과 적응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만약 지금의 비정상적인 상태를 속히 극복하여 이전의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해야 한다는 전제로 처신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역사 진행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비정상적인 현상들은 필연적으로 사회 심리적 병리 현상들을 초래한다. 팬데믹이 가져온 외상증후군인 셈이다. 절망감, 좌절감, 무력감, 고립감, 유기감, 상실감, 불안감, 두려움, 자포자기, 자기중심성, 외로움, 우울증, 이유를 모를 분통, 통제할 수 없는 분노 등등이다. 이것은 다름 아닌 심리적 공황상태이다.

한 걸음, 한 발짝이
용트림 이었는데,
돌아보니 예까지 왔다.

인생이 되고, 역사가 되었다.

창공을 날 듯
훨훨 오지 않아 다행이다.
살아온 흔적이 없을 뻔하였다.

신학자요 목회자라면 현상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이러한 현상을 만드신 하나님께 반응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 이 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몰입하는 데서 한 발 나아가, 이 현상에 담아놓으신 하나님의 메시지와 하나님의 손길을 파악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어떻게 이 위중한 상황을 극복하고 옛날처럼 정상적인 사회로, 교회로, 예배로 돌아갈까를 고뇌하며 그 방안을 강구하는 데 집중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급한 일이 있다. 밀어닥친 이 현상을 통하여 하나님은 무엇을 말씀하시며 무엇을 하시고자 하는가를 찾으려는 태도를 갖는 것이다.